[이글루스 피플] Enola_Gay님의 이글루 미술 산책


♥Tomato : 어떻게 지내세요? 하시고 계신 일, 관심 있게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Enola_Gay : 우선, 사회에서 부대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인 '학교에서 공부하기'가 의외로 즐겁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환경에서 하루 종일 '생각'만 하면서 지낼 수있고, 또 몸이 노곤하면 수영장에서 몸을 풀 수도 있으니 참 감사하지요.

개인적인 작업 가운데 최우선 순위에 두고있는 것은 '나의 한국현대미술가연구 프로젝트; 87-?'(가칭)입니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현대미술작가들을 한 달에 한 명씩 만나, 그간의 작업활동을 총정리-분석하는 작업입니다. 작가별로 대략 3회 정도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클라이언트 없는 글쓰기'를 시도하는데, 당연 독자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씁니다. 지면과 기타 문화적 관행의 제약 등이 없으므로 새로운 글쓰기가 가능해 좋습니다. 그러나 글쓰는 사람은 글을 팔아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내용은 대중의 입맛에 맞도록 요약-개정되어 월간 <HAUTE>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원문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20세기 디자인사를 한국인의 입장에서 다시 쓰는 일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언제 출간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프로젝트도 '20세기 디자인의 108장면'이라는 새로운 각도로 요리되어 월간 <ART in cluture>에 1년간 연재될 예정입니다.

그 외의 일이라면, 1997년부터 진행해온 황학동 프로젝트와 기타 평론 작업 및 개인 예술작업 등이 있겠습니다. 그러나 황학동 프로젝트는 이제 마무리 작업만 남은 것으로 보이고, 또 산발적인 평론 작업과 개인적인 작업들은 그저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니 별다른 지구력이 소요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춤추는 안은미씨가 색다른 제안을 했어요. 안은미씨의 개인공연에서 절더러 노래를 해보라는 건데 재미있는 일일 것 같아 좋다고 했습니다. 뭐 제가 못하면 알아서 자르시겠지요.

♥Tomato : Enola_Gay님 이글루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Enola_Gay : 제목 그대로 <이정우(임(우)근준)의 현대미술과 디자인 이론에 관한 비'일반'적
메모 Lee Chung-woo's Post-Queer Memo on Art & Design Now>입니다. 퀴어의 정치학이 파산하는 과정을 몸으로 부대껴 경험한 이후,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크게 변화되었습니다. 저의 미학적 입장 또한 심대한 위치 이동을 경험했지요. 이 블로그는 그렇게 변화된 저 자신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게 블로그는 타인과의 대화 채널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성찰적 디지털 거울인 셈이지요. 항진된 미적 정신의 반자동적 기록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블로그가 마치 네트워크에 연결된 정신을 위한 러닝머신 같다고 생각합니다.

♥Tomato : 시간 날 때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요?
★Enola_Gay : 시간이 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게이 사이트에 들어가 채팅을 하면서 사람들을 꼬십니다. 물론, '뻥'입니다. 제가 사는 꼴을 보면, 일과 노는 것이 거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극심하게 곤궁하고, 가끔 등에 칼을 맞은 채 쓰러지거나, 혹은 난데없이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는 일을 뺀다면, 무척 복 받은 삶이지요. 단, 뇌를 혹사하는 편이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가급적 글도 안 쓰고, 책도 안봅니다. 제가 게이 남자들의 주말 수영모임을 하나 운영하고있는데, 거기에 나가 운동하고 노는 것이 일요일의 낙이지요. 정치적 올바름이나 인권과는 무관한, 미모 차별적인 '묻지마 게이 게이들(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묻지 않는, 마냥 즐거운 남성동성애자들)'의 모임이라, 문명화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피로를 해소하는 데에는 그만입니다.

♥Tomato : 일반인에게 미술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인데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Enola_Gay : 쉽게 다가가면 됩니다. 어렵게 다가가면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예술은 어차피, 수준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이 사는 방법에 대한 미적인 고찰'이기 때문에 나의 삶을 준거로 삼아 파악하면 그만입니다. 나의 삶이 지리멸렬하면 보이는 것도 지리멸렬하고, 나의 삶이 흥미로워지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 예술의 세계입니다. 우선 자신이 '일반인'이라는 편견부터 버리세요. 인생이 괴괴묘묘하고 흉악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종종 예술도 그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어려운게 아니라, 솔직한 겁니다. 허나, 예술이 쉬워져야한다는 것은 '웃기는 소리'입니다. 이 세상에 쉬운 인생이 어디 있답니까. 그건 사기적 위안이지요. 저는 사기적 위안을 무척 좋아합니다만, 그런 건 효리씨나 욘사마(배용준씨) 같은 분들이 제공하는 것이지 예술가의 몫은 아니지요.

♥Tomato :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시는데 가장 애정을 갖고 하는 일은요?
★Enola_Gay : 애정으로 하는 일이라면 역시 섹스가 아닐까요.

♥Tomato :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Enola_Gay : 살자, 무척 얇고 엄청 길게. ('가늘고'가 아닙니다.)

♥Tomato :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Enola_Gay : 오스카 와일드.

♥Tomato : 앞으로의 생활에 관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Enola_Gay : 여름이니까 우선 살을 좀 빼고 근육을 좀 붙여봐야겠지요. 그보다 좀더 길게 보자면, 중국 미술계의 빅뱅을 대비해 적절한 스탠스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한국의 예술가들은 일본인들에게는 '아시아의 흑인'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중국인들을 위한 유태인'이 되지 않으면 생존이 곤란할 것입니다. 독일계 유태인들이 전후 미국에서 벌인 활동을 참조해, 중국에서의 활동을 준비해야겠지요. 국제적인 시각을 지닌 한국계 예술가들에게 향후 10년은 무척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뭐, 국내에서 한자리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하시는 분들에겐 별 소용없는 말이겠습니다만.)

♥Tomato : Enola_Gay님이 추천하는 블로거 5분과 추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Enola_Gay : 쇼핑과 피상적인 아름다움의 달인 요니
닭살돋는 초보 게이커플 보노와 모노
(내게는 사라진) 가제트에 대한 집착을 지닌
'엄마참치'와 '찰스 브론슨'으로 나를 울린 사라
장식없는 너디함의 미덕으로 촘촘한 호찬
책읽고 평하시는 강유원

♥Tomato :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글루를 방문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요?
★Enola_Gay : 우선, 이글루스와 이글루스를 운영하는 (주)온네트의 성적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이글루스 측에서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신 점에 대해서도 큰 박수를. 짝짝짝. (패자없는 싸움은 무척 생산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랑 지하철 자동사진기에서 사진 찍을 분?

Enola_Gay님은 [이정우 | texts from the art & design front | 2004. 2. 2. -] 이글루에서 현대미술과 디자인에 대해 블로깅 하시는 임근준(필명: 이정우)님 이십니다. 임근준님은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 대한 평론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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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ato | 2004/05/04 11:01 | 이글루스 피플 | 트랙백(3) | 덧글(18)
트랙백 주소 : http://eskimos.egloos.com/tb/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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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obert A.H. at 2004/05/04 14:33

제목 : A gay and the egloos
As watching a bout in Korea's least uncool blog service 'Egloos', I couldn't but think a lot about the tautology of the expression. I know a lot of people who do bloggin' in Egloos would get angry about 'least uncool'......more

Tracked from 이정우 | texts .. at 2004/05/05 02:17

제목 : 이글루스 피플에 '저'와 '이곳'이 소개되었습니다.
1. 결국 이렇게 사소한 권리를 되찾았습니다. 인생에서도 유효한 건축가의 인용구 하나. "God lives in detail." - Ludwig Mies van der Rohe 2. 인터뷰어의 사진 요청에, 이러저러한 사진을 뒤져보니 하나도 '친사회적'인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어렸을 적 사진을 보냈는데, 반드시 성인 사진이어야 한다고 해서 ... 확 성인용 사진을 보낼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약 3초간) 하지만, 그냥 화해무드를 유지하고자 성인이 된 후의 모습을 담은 '비교적 친사회적'인 사진을 찾아 보냈......more

Tracked from EasyProxy at 2009/06/15 21:03

제목 : 이지프록시
무료 프록시 추출 프로그램입니다. 무료 프록시 검색해도 실제 적용해보면 속도가 괜찮은 것은 구하기 힘듭니다. 속도를 자동으로 체크해서 성능좋은 프록시순으로 정렬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무료프록시 사이트를 얼마든지 추가해서 나만의 고성능 프록시를 추출해 줍니다. 짱이네요. ^^...more

Commented by Robert at 2004/05/04 13:41
이정우님, 역시 Flamboyant! 제가 존경하는 분 중 하나이지요.
Commented by 이상 at 2004/05/04 14:48
왜 메인 화면에는 예전 것이 그대로죠? 밸리나 메인 홈페이지에 올라온 화면에는 바로 이전 인터뷰만 떠 있고, 이 인터뷰는 없어요. 그래서 예전 것을 읽다가 "이전 페이지"를 눌러서 이 페이지를 발견했거든요? 아직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서인가요?
Commented by 지오엄마 at 2004/05/04 18:27
한참 전쯤인걸로 아는데...성적 소수자에 대한 항의 글...
이러저래 사정이 있었지만 이글루스 피플 되신거 축하드립니다
그간 사정 모르는 분들도 많겠지만 말이지요
그때부터 이글루스 어찌하나 지켜봤는데....이런 쿨한 결정 내린 이글루스나 님에게도 박수 보냅니다
Commented by Noki at 2004/05/04 23:30
아......멋져요
사진 멋져요:) 크크.물론 인터뷰도 멋지군요!
Commented by 「秀」 at 2004/05/04 23:48
아하하.즐겁게 잘~봤습니다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4/05/04 23:59
Enola_Gay님의 '분노의 강펀치' 연타! ... tomato씨, 힘내세요! 베일에 싸인 tomato씨도 셀프인터뷰 한번 해주세요~
Commented by THX1138 at 2004/05/05 01:02
너무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재치있는 답변에 감탄의 연속이군요.
그리고 이글루스 피플 되신거 축하드려요^^
Commented by hardboiled at 2004/05/05 02:45
유쾌했습니다. 몰래 님의 이글루만 읽고 나오곤 했더랬는데, 처음 인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
Commented by 쉬는시간 at 2004/05/05 08:26
^^ 재미있었습니다. 선정되신 것 다시 축하드리구요~ ^^
Commented by 잰짱 at 2004/05/05 22:40
"나의 삶을 준거로 삼아 파악하면 그만"
: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Lucifer at 2004/05/06 09:50
축하합니다. ^^
Commented by Enola_Gay at 2004/05/07 00:59
아 모두들 감사합니다. 고개 숙여, 크게 꾸벅. ^^ (저랑 지하철 포토마통에서 사진 찍으실 분? designhistory@crazyseoul.com으로 신청해주세요~) 총총.
Commented by camille at 2004/05/07 18:43
사진찍는거 말구 딴거 하면 안데여? ㅋㅋㅋㅋ
Commented by Enola_Gay at 2004/05/09 01:27
때... 때리시려구요? ^^;
Commented by mono at 2004/05/09 01:47
앗, 오늘에서야 발견했군요..이거 부끄럽습니다..이정우님..
뭐 감투쓴 기분이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여러분, 이반의 공간 읽어보세요..최고입니다..
Commented by JongWon at 2004/05/17 15:00
축하드립니다.^^ 멋진 계획인것 같군요.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참나 ... at 2005/07/02 20:47
너에게 현대미술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해봐라
Commented by at 2005/07/06 20:01
본문 글의 내용이 좀 거시기하네요
"현대미술가 연구 프로젝트"
음... 생뚱 맞네!
근디 아직 한참 멀었네 그려!
만인앞에 평등한 거이 예술이라 운을 떼어 놓고선 말미에는 왼갖 기행에 목말라 하는 모습이란!
그런데 이 양반 누구여? 처음 보는 아그일쎄!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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