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피플] 언어의 요리사 문유님


♥Tomato : 어떻게 지내세요? 하시고 계신 일, 관심 있게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문유 : (스노우캣 모드) “정신을 볕에 내어 말리느라 두고 와서....”요즘 정말 정신이 없어요. 지독한 멀티태스킹 모드라서. 우리 딸도 저도 방학이라서 둘이서 늦잠 자고 뒹굴고 밥해 먹고 사느라 몹시 불규칙한 생활을 했고 마감도 계속 걸려 있었고요. 그래서 이제 곧 개학이니 강의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네요. 오지랖이 넓어서 약속을 남발해 놓았으니 지키긴 해야겠고 진행 중인 책도 많이 바쁘고 몸은 고달프고 학생 노릇도 선생 노릇도 제대로 해야겠고...아무튼 뭘 하는지 모르게 하루하루가 가고 어느새 봄이 왔네요. 으아.

♥Tomato : 문유님의 이글루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문유 : 제 블로그의 키워드는 기본적으로“문학”과 “영화”(그리고 “연극”)예요. 문학, 영화, 그리고 문학과 영화가 겹치는 양상. 제 학문적 관심사가 adaptation(각색)과 literary translation(문학 번역), 즉“문학을 영상언어로(혹은 다른 매체나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 그 작업의 의미와 양상”에 있기 때문에 블로그 이름을 [Cinema, Literature, Plus Alpha]라고 붙였는데, 이 제목에는 말 그대로 영화, 문학, 그리고 플러스알파 - 삶, 사회, 사람... - 라는 뜻도 담겨 있어요. 솔직히 그 중에서‘문학’이라는 카테고리는 제목이 약간 억지긴 하죠. 왜냐하면 이거야말로 개인적인 독서 감상문들이거든요. 지금 오프라인에서 하고 있는 작업과 별도로‘문학’에 대해 의미 있는 글을 쓰려면, 그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고...아무래도 그래서‘영화’에 대한 글이 많아지네요.

제일 애착이 가고 신경 써서 쓴 글들을 올리는 건 주력상품(?)인 ‘문학 + 영화’ 카테고리예요. 문학(특히 영미문학)이 영화라는 매체와 만나는 양상, 그런 작품에 대한 글을 모으는‘문학 + 영화’카테고리를 앞으로 더 알찬 글들로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사실 이 카테고리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무지무지하게 많거든요. 기대하셔도 돼요. :-) 아, 그리고 앞으로는 전공을 살려서“셰익스피어”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고,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들에 대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시대가 변천해도 계속 변형되고 왜곡되고 재창조되는 양상과 의미 같은 걸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끔찍하게 재미있는, 이 위대한 작가의 면면이 우리 삶에까지 유효한 이유, 재미의 원천, 역사적 의미, 그냥 아름다운 독백 한 구절...이런 것들을 다가가기 쉽게 풀어서 읽어주고 싶어요. 아, 참, 그리고 블로그에는 제가 그간 번역했던 책들에 대한 소개나 역자 해설 같은 것들도 정리해서 올리고 있고요.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온라인에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아예 잊자는 거예요. 그래서 항상 워드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고치고 완성해서 올려요. 올리고 나서도 고치고 또 고쳐요. 완결된 글의 형식을 갖춘, 부끄럽지 않고 쓸모 있는 컨텐츠들을 올리려고 저 나름대로는 애를 쓰고 있는 셈이죠. 심지어 블로그에 올리기 위한 글을 쓸 때도, 자료를 찾고 책을 따로 읽고 공부할 때가 꽤 있어요. 아직도 말과 글은 다른 것이고, 글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구닥다리 세대거든요. 아, 참, 이글루스 블로그는 ‘글’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려 깊은 포맷과 스킨이 참 좋아요.

♥Tomato : 좋아하는 영화배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문유 : 영국 배우인 케네스 브래너와 콜린 퍼스예요. 케네스 브래너는 굉장한 에너지 덩어리라서, 옆 사람까지 전염시킬 듯한 그 박력과 과대망상에 반했었죠. 10년 전부터 좋아했는데 영국문화원까지 가서 자료를 다 복사해 올만큼 좋아했었어요. 그 사람이 해석한 셰익스피어 드라마들에서 풍기는, 약간 작위적이면서도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힘은 정말 독특하거든요. 콜린 퍼스는 브래너와 정반대의 이유로 좋아해요. 전혀 자기를 과시하지 않는 섬세한 연기를 해서. 굳이 나 “연기”한다 광고하지 않으면서도, 꼭 정확하게 그 캐릭터가 취할 법한 소소하고도 비전형적인 선택들을 하죠. 게다가 굉장히 표정이 풍부한 눈빛을 지니고 있어요. 대사가 없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심지어 얼굴 근육도 별로 쓰지 않으면서, 서브텍스트를 전달하는 배우죠. 공통점이라면 둘 다 워낙 문학 작품을 영화화한 프로젝트에 많이 출연해서 “영문학도의 섹스심벌”로 통한다는 점. ;-)

♥Tomato :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문유 : 전 사실 사람이 좀 산만해서 책 한 권을 진드근히 읽지 못하고 몇 권을 줄줄이 늘어놓고 한꺼번에 읽는데요. 지금 제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은 니콜라스 셰익스피어 Nicholas Shakespeare(앗, 이 사람 이름도 셰익스피어로군요)라는 미국 소설가의 <위층의 댄서 The Dancer Upstairs>라는 소설이에요. 페루의 유혈 게릴라 단체 <센데로 루미노소>의 실화를 모델로 한 정치 스릴러 로맨스인데 오랜만에 정말 소설 읽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어요. 이 책은 머지않아 제 블로그에 소개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공부하느라 읽는 책은 <대중 매체 이후의 셰익스피어 Shakespeare after Mass Media>라는 책이고...아, 그리고 <어느 날 밤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을 보고 스크루볼 코미디가 그만 너무 궁금해져서 <행복의 추구 The Pursuit of Happiness>하고 <달아나는 신부 Runaway Bride>라는 30년대 미국 로맨스 영화 비평 서적들을 또 뜬금없이 파고 있었어요.

♥Tomato :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요?
★문유 : 남편하고 둘이 술 퍼 마시기. 목욕탕에서 책 보기. 딸아이한테 뽀뽀하기. 음, 돈 되고 시간 될 때는 여행.

♥Tomato :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다면요?
★문유 : 생명에 대한 존중, 소통하려는 노력,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와 상상력.

♥Tomato : 문유님만의 결혼관이나 연애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문유 : 우아. 정말 예상치 못한 질문이군요. 이 질문에 사실 할 말은 굉장히 많은데, 진심으로 대답하다가는 고리타분한 아줌마 티가 너무 팍팍 날 걸요, 하하. 그래서 이미지 관리상 통과.

♥Tomato : 앞으로의 생활에 관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문유 : 일단 일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고 하던 공부를 무조건 마쳐야 해요. 벌써 몇 년째 해오고 있는 이야기라서 양치기 소년이 된 기분이지만요. (벌써 저기 몇 분 웃고 계시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리고 근간에 특별한 계획이 있긴 한데 비밀이에요. ^^

♥Tomato : 문유님이 추천하는 블로거 5분과 추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문유 : 세계 최고의 DJ이고 날카로운 글쟁이이신 lacewing님의 블로그, 따뜻한 마음과 합리적인 이성의 소유자 nixon님의 블로그, 기가 막힌 인터뷰 기사들, 멋진 영화 평 스크랩해 주시고 보석 같은 단상들 올려 주시는 창문의 님의 블로그, 항상 진지하게 공부하는 문학청년 청비님의 블로그...마지막 다섯 번째는 너무 많아서 빈 칸으로 남겨둘래요.

♥Tomato :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글루를 방문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요?
★문유 : 제가 봐도 무시무시한 ‘스크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졸필을 읽어 주시니 늘 진심으로 고마울 따름이지요. 정말 감사드려요.

문유님은 [Cinema, Literature, plus Alpha] 이글루에서 문학과 영화에 관해 진지하고 깊이있는 글을 쓰시는 김선형님이십니다. 김선형님은 번역가이시며 영문학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선생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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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ato | 2004/02/24 17:15 | 이글루스 피플 | 트랙백 | 덧글(19)
Commented by erehwon at 2004/02/24 20:01
문학에 워낙 문외한이라 항상 글을 끝까지 읽지 못하지만, 반갑습니다. ( ..)a
Commented by 러브친구 at 2004/02/24 20:45
와우......축하해요^^
Commented by purple at 2004/02/25 00:01
셰익스피어전공이시군요^^ 반갑습니다...전 현대영미시 전공입니다^^; 청비님 통해 자주 들었습니다... 논문준비중이시라고^^; 저와 비슷한^^* 건학건필건승!!! 문유님...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1mokiss at 2004/02/25 00:04
아, 반갑습니다. 덧글은 자주 못남기지만 자주 들러서 좋은 글 많이 보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Commented by 라벤다 at 2004/02/25 00:08
축하드려요~*
Commented by 지니 at 2004/02/25 0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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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드려요~^^* 이해 못하는 긴글들이 압박으로 다가오는 저로서는...ㅋㅋ
전 언제나 짤막한 글만 남기는지라... 긴글쓰시는분 보면 대단하다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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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ongWon at 2004/02/25 07:13
축하드립니다.^^ 영화와 문학 두 분야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들이거든요.
가끔 찾아 가서, 님의 좋은 글들을 읽어 봐야겠군요.^^
Commented by 박카스한병만 at 2004/02/25 11:11
언젠가는 여기에 오르실 줄 알았어요~! ㅎㅎ 축하드려요~!!!
Commented by 팟찌 at 2004/02/25 12:28
취미가 딱 부럽네요..^^
웬쥐 멋진 엄마 멋진 아내일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Commented by 청비 at 2004/02/25 12:33
우와. 드디어 문유님 블로그가 소개되었군요. 멋져요. 역시. (감사합니다. 찔끔.)
Commented by 로맨틱한사랑쟁이 at 2004/02/25 16:33
축하드려요~~ 한번 놀러가도 되죠? ^^
Commented by Elliot at 2004/02/25 22:15
문유님, 축하해요~~~~~ :D
그런데 문유님이 이렇게 귀엽게 생기신 줄은 몰랐어요. 무척 동안이시네요. 누가 아기 엄마로 보겠어요? 더구나 **형이라고요!
문유님같은 분이 계셔서 이글루스가 더욱 알차지는 느낌이에요.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염맨 at 2004/02/25 23:05
어, 언어의 요리사. 무시무시한 수식어로군요.

모처럼 가본적 없는 블로그들이 소개됐군요. 좋습니다.

'온라인'과 '블로그'를 잊고 그냥 글을 쓰자는 건, 염맨도 지향하려고 지향하는 바죠. 아하하하.
Commented by pian at 2004/02/26 00:34
왓. 축하드려요:D
Commented by 時雨 at 2004/02/26 03:13
앗..정말 축하드려요~ >_<
Commented by 요리사라.. at 2004/02/26 13:22
Commented by verySharp at 2004/02/26 14:40
너무 귀여우시네요. 공부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앳되어 보이십니다. ^^
Commented by 청노루 at 2004/09/27 19:10
後素詩學(parallel poetics)

Cynthia Whitney Hallet
주근옥 역

http://www.poemspace.net/
일반적으로 미니멀리스트로 알려진 작가는, 특히 더 나아가 단편소설의 미니멀리스트로 알려진 작가는 後素의 심미, 즉 복잡한 방정식의 신중한 축소, 다시 말해서 복잡하게 뒤얽힌 것이 가장 단순한 항으로 표현될 때까지 이질적인 것을 인수분해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텍스트 안에서, 독자가 개인적 경험의 편린들, 즉 인간을 설복시키는 힘으로서의 진술되지 않은 표현으로 반영된 사회전체와 마주칠 때까지 이완과 혼란은 인간의 정신적 교감으로부터 제외된다. 흔히 미니멀리스트로 알려진 Amy Hempel은 이러한 기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당신의 작품 안에 보고 되지 않은 많은 경험이 실제적으로 페이지 위에 나타난 것보다 더 중요하다. 흔히 이야기의 정서적 초점은 기술되지 않은, 또는 이야기 안에 귀착되어 있는, 다시 말해서 그 밑에 깔려있는 어떤 사건이다.”
Commented by 노바 at 2004/11/30 10:35
저 이 분이 번역한 <아이작 아시모프 SF 특강>이란 책을 요즘 다시 읽고 있는데...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네요. 그냥 반가운 마음에 덧글 적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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