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피플] 파리의 거리에서 문득 추억을 돌아보다. 키위님!


Q. 키위 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제 서른 중반에 다가가는 나이인데 여전히 학생입니다. 그러니 자기 소개를 할 때 무엇을 공부하였고, 지금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을 빼먹을 수가 없답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미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에 프랑스에 와서는 영화 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남불 태양 아래에 몇 해를 보내고 이제 파리에 온 지 일년이 되었구요.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더랬습니다. 부모님, 형제, 친구들, 동료들, 블로거들 등등 나와 닮거나 닮지 않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마냥 대결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여전히 애쓰는 것은 공부를 시작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진지함과 가벼움, 차가움과 무거움, 소란스러움과 조용함, 아주 작은 손바닥과 아주 두꺼운 발바닥까지 양 끝으로 질주하는 기질과 성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해부터 머물고 있는 이 곳 파리를 마냥 사랑하다가 몹시 미워하기도 하지요.

Q. 블로그를 시작하실 무렵의 글에서 블로그를 중독성 마약에 비유하기도 하셨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느끼세요?
심약한 사람들은 늘 기댈 곳을 찾지 않나요. 게다가 외롭거나, 또는 외로움을 쉬이 느끼는 사람들에겐 기대어 쉴 곳이 필요한 듯 합니다. 서로 마음으로 손을 마주 잡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블로그는 현실 세계를 대체하는 경향조차 있구요. 제가 블로그를 '중독성 마약'이라고 불렀던 것은 그만큼 외로운 현실 세계를 블로그 세계를 통해 보상받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겠지요. 지금은 제게 블로그 세계가 현실 세계의 대체재라기 보다는 보안재인 듯해요. 응석을 받아주는 벽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끝맺음 없는 생각이나 감정을 이곳에 풀어 놓으면 다른 블로거들이 이 편린들에 예상치 못한 활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하지요. 그러니 블로그는 막다른 골목길이거나 단단한 벽이 아니라 어느날 금방 다른 곳으로 나가는 구멍이 생기는 점액질 덩어리 같은 것인가 봅니다.

Q. 키위 님의 이글루에서는 담담한 어조로 과거의 인물을 회상하는 글이 종종 눈에 띕니다.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지 얘기해주세요.
불어 표현 중에 'Ce qui doit arriver arrivera'라는 말이 있어요. '일어나야 하는 일은 일어난다'는 뜻도 되고 '와야 하는 사람은 올 것이다'라는 뜻도 되지요. 와야 하는 사람, 다시 만나야 하는 사람은 만나게 되겠지요? '첨단에 대한 동경과 유행에 대한 경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M이라는 친구 이야기를 몇 번 적은 적이 있는데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늘 예기치 않은 선택을 하는 것을 삶의 운명처럼 믿던 사람이라, 어떤 모습이 되어있든 만나면 놀랄 것 같아서요.

Q. 최근에 쓰신 글 중 살아 움직이며 감기에 걸리기도 하는 노트북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 '이종 감염의 추석'이란 글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특별히 아끼는 물건이 또 있으신가요?
물건 자체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은 아닌데요... 연습장이나 수첩, 달력 같은 것을 잘 버리지 못하는 편입니다. 무엇이든 끄적거려 놓은 흔적이 있으면 아끼는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여행 중에 사온 것들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것들이라도 조심조심해서 다룹니다. 스페인 세비야에서 사온 노란 접시가 있는데 설거지할 때도 특별 취급해서 만지지요. 오년째 쓰고 있는 하늘색 일제 샤프 펜슬도 편애받는 물품입니다.

Q. 유럽의 이곳저곳을 여행하시면서 보았던 것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오후 느즈막 뒷골목을 걸어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슈퍼마켓이랑 시장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구요. 포루트칼 리스본 구시가 허름한 아파트에 주렁주렁 매달린 빨래들이나 스웨덴 스톡홀롬 슈퍼마켓 냉장고에 가득 찬 캐비어 튜브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이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웃고 길거리를 걸어다닐지 상상이 되었지요. 혹은 스페인 마드리드 중앙공원 호숫가에 진을 치고 있던 점쟁이들도 가끔 생각나요. 추레하지만 당당해서 아름다운 것들이요.

Q. 키위 님이 평소에 즐겨찾는 장소 몇 군데만 소개해 주세요.
파리 베씨(Bercy) 지구 : 황량하게 벌어졌던 이 곳이 도시 계획을 통해서 신시가지로 조성이 되었답니다. 강 건너편에 국립 프랑소아 미테랑 도서관이 있고 시몬느 보바르의 이름을 딴 인도교로 세느 강을 건너면 베씨 공원과 쌩떼밀리옹 공원이 이어져 있고 그 옆에 새로 이사온 프랑스 국립 시네마 테크가 있어요. 인도교 아래에는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세느 강 위에 띄워 지은 실내 수영장도 있지요. 여러 명망 있는 작가들의 회고전과 여러 나라 영화들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이 있는 시네마 테크는 제겐 학교이자 놀이터입니다.

파리 생 미셀-오데옹 지구 : 고다르와 트뤼포, 로메르가 쏘다니며 영화를 보던 소르본 대학 근처 동네이자 학생과 젊은이들의 거리였습니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는 바와 레스토랑이 더 많지만 여전히 많은 사설 시네마테크가 있고 Vrin같은 유서 깊은 출판사 직영 서점들, 전문 서점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파리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 중 하나이지만 가장 많은 파리 젊은이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동네이기도 하지요.

저희 집 근처를 지나는 시내 버스 58번이 가로 지르는 룩상부르그 공원 뒷길, 유대인과 동성애자들이 공존하는 마레 지구, 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리의 모든 골목들은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주장에 동조하게 된답니다.

Q. 키위 님이 추천하는 블로거 몇 분과 추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 shuai 님의 소박한 정원
정직한 글쓰기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 블로그

2. 물빛 님의 오래된 서랍
물빛님 블로그에서는 좋은 음악과 좋은 시들, 차분한 명상 소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키위 님의 이글루를 방문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오해가 생기지 않는 글이 꼭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해를 양산하지는 않더라도 오해를 무서워하지 않는 글들을 적는 블로그를 만들고 싶거든요. 그래서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마음놓고 자신의 오해를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블로그는 이미지도 적고 편집도 구식이어서 늘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두려운지라, 사실 놀러와 주시는 분들 모두 늘 반갑습니다.

Favorite Story

Book
생은 다른 곳에
밀란 쿤데라
Cartoville 시리즈
갈리마르 출판사




Music
Holidays
Michel Polnareff
A Love Idea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OST




Movie
Coeurs
알랭 레네
십계 4편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로스트 하이웨이
데이빗 린치





Food
N espresso, 가지 올리브유 샐러드, 곡식

Wish List
가스 난로, 알랭 레네 박스 세트, 무릎에서 접히는 부츠

Bookmark site
르몽드, 프랑스 배낭 여행 싸이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알로씨네, 프랑스철도청

키위 님은 [키위의 키위하기] 이글루에서 일상과 영화에 대해 블로깅 하시는 이나라 님이십니다. 이나라 님은 파리 1대학 영화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십니다.


키위 님의 이글루(kokonana.egloos.com) 바로가기    링크하기
by tomato | 2006/11/23 16:15 | 이글루스 피플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Linked at 梔子꽃 근처 : 키위님이 소개.. at 2010/04/12 22:38

... 로그 두곳중 한곳으로 내 블로그인 '오래된 서랍'을 고르셨다. 내 블로그는 편집이 세련되지 못하고 어설픈 생각들이 주를 이루는 블로그인데 추천해주시다니 참 민망하다.파리의 거리에서 문득 추억을 돌아보다. 키위님! ... more

Commented by 포르티 at 2006/11/23 16:57
아.. 가끔 들러 눈팅만 하고 갔는데 피플이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일낸다 at 2006/11/23 22:06
피플에서 아는 아이디를 발견하는 게 이런 기분이네요. 축하드리고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소용돌이 at 2006/11/24 05:52
와! 이렇게 뵙게되다니요오.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Jinny at 2006/11/24 11:04
키위님 축하드려요 :)
Commented by shuai at 2006/11/24 12:50
키위님 축하드립니다. 피플에 담겨진 글도 참 좋습니다.
Commented by breeze at 2006/11/24 23:18
축하드립니다. ^^ 월드컵때 지단에 대한 글을 처음으로 읽고 링크했었죠. ㅋ
Commented by 키위 at 2006/11/25 09:14
포르티님(언젠가 답글도 남겨주시지 않았나요? ^^), 일낸다님(포스팅 뜸하셔서 아쉬워하고 있답니다. 부활해주세요), 소용돌이님(친구들이 크리스마스에 터키간다길래 소용돌이님 생각했습니다. ), Jinny님(일전 세골렌 로얄 관련글에 트랙백을 하고 싶었는데 미루다 못했네요), shuai님( 좀 더 발랄하게 쓸 걸 그랬어, 후회하는 참입니다.^^),breeze님(지단이...요즘 스캔들이 있다네요.), 그리고 발랄하지 못한 글을 평소에도, 또 이번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추억을 돌아본다'는 타이틀을 보고, 제 자신의 과거 지향성에 대해 좀 반성중입니다. -.- 그리고 사실 게으른 블로거가 된지 좀 되는지라 민망하였더랬습니다. 토마토님, 비록 급하게 부탁하시고 독촉하셨지만, 생각보다 많은 글들을 염두에 두고 질문해주셔서 놀랐습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갈림 at 2006/11/28 21:53
피플이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파리도 꽤나 쌀쌀하겠지요? 좋은 글 많이 보여주시고, 공부도 잘 진행되시길~~ ^^
Commented by 아르 at 2006/11/30 09:22
보내주신 포스트 카드는 제 책상 한켠에 잘 붙어 있습니다.
빠리에 가고 싶습니다,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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