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피플] 영화와 책을 사랑하는 sabbath님


♥Tomato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하시고 계신일, 관심 있게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sabbath : 요즘 하는 일이라… 아무래도 학기말이다 보니까 리포트 마감일과 기말고사 날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읽고 있는 책은 바버라 햄블리의 『밤을 사냥하는 자들』. 다 읽고나면 스티븐 킹의 『캐리』를 읽을 계획이지만 언제나 계획은 계획일 뿐이고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는 거겠죠. 또 일본 문화 개방 조항에 따라 국내 발매되지 못한 〈킬 빌 vol.1〉의 OST를 해외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시험 기간 중에 〈올드보이〉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질문을 며칠만 더 일찍 하셨더라면 전공 강의 시험을 위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중 5막 2장을 연출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지난 토요일에 이미 끝난 일인지라 그 이야기는 못하게 됐군요. 아쉽습니다. 그게 아마 올 하반기에 한 일 중 가장 행복한 일이 될 텐데.

♥Tomato : sabbath님의 이글루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sabbath : 제 블로그는 제가 읽거나 본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블로그입니다. 글쓰기 방식은 소개와 추천에 비중을 둔 감상 글쓰기. 어쩌다보니까 운영자님께서 영화 관련 블로그로 착각하실 정도로 영화 쪽의 비중이 커져 버렸는데, 천박한 지식수준에도 불구하고 굳이 구분을 하자면 전 영화보다는 책에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저로서도 알 수 없어요. (아마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만고의 진리에 의해 발생한 실례 중 하나겠지요.)

 원래는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배워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려고 했는데 일단 귀찮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상호 소통의 과정이 훨씬 쉬웠기 때문에 블로그가 더 매력적이더군요. 따라서 제 블로그의 존재 의의는 - 어느 블로그인들 그렇지 않으랴만 - 소통에 있습니다. 평소에는 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Tomato : 현재 생활에서 만족스러운 점과 불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sabbath : 우와, 곤란한 질문. 따라서 이 질문은 회피하렵니다. 사실 인간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 저만해도 전 대학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서 생활한다는 게 너무나도 싫고, 딱히 확고한 신념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이라는 고등 교육 기관에 들어오게 됐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읽고 싶은 책과 보고 싶은 영화들을 보기엔 돈도 시간도 모자란다는 사실도 괴로우며, 애인이 없다는 것도 가끔씩 마음에 걸립니다. 아무튼 이 질문은 지나치게 대답의 범위가 넓어요.

 대신, 제 삶의 중요한 축 중 하나가 이글루스 블로그니까,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할게요. (어이, 질문을 그렇게 맘대로 바꿔도 돼? / 물론. 생방송 펑크 나면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있냐? 뭘 하든지 때우잖아. 그거랑 마찬가지야.) 음, 거의 다 만족스러우니까 불만만. 이글루스는 워낙에 사용자가 좋아하는 기능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는지라 언제나 좋아하고 있습니다만 (특히 기능을 추가했을 때 그 기능의 사용 여부를 사용자에게 맡긴 다는 건 정말 요즈음의 다른 업체들에게선 보기 드문 미덕입니다. 정말이지 왜 설치하기 싫은 걸 억지로 설치 하냐고.) 다소 불편하달까 아쉽다고나 할까 하는 점이 있어요. 먼저 월 별로 기록되는 ‘이전 블로그’ 시스템에 대해서. 해당 월을 클릭하면 각 포스트들의 제목뿐만 아니라 본문 내용까지 다 읽어 들이기 때문인지 로딩이 꽤 오래 걸리더라고요. 이걸 제목만 뜨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뒤에 다시 마음에 드는 글만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포스트를 많이 하거나 embed 태그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의 블로그의 경우엔 로딩이 너무 오래 걸려요. 또, ‘카테고리’ 시스템 역시 클릭 했을 때 각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포스트들의 제목만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군요.

♥Tomato : "매트릭스"가 주는 메시지와 매력을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sabbath : 이 질문은 제 블로그의 로고 이미지를 보고 하시는 거겠죠? 메시지와 매력이라.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특히 〈매트릭스〉에 있어서 둘은 분리하기 힘들다고 봐요.

 자, 제 블로그의 로고 아래에 있는 제 말에 주목해주시겠어요? “매트릭스의 매력은 그것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물론 대부분의 예술 작품들이 다 그렇지요.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니까요. 그렇지만 왜 굳이 〈매트릭스〉냐고 묻는다면, 쉽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관련 사이트를 여기저기 둘러보셨으면 아시겠지만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매트릭스〉만큼 광범위한 담론을 형성한 영화는 없습니다. 슬라보예 지젝 같은 유명 석학에서부터 저 같은 정신적 미숙아까지 별 소리를 다 하면서 영화를 봤지요. 바로 거기에 〈매트릭스〉의 힘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그 불완전한 영화를 보면서 온갖 단서를 받아들이고 그에 기초해서 자신의 생각을 넓혀나갑니다. 적극적으로요. 물론 모든 좋은 작품은 항상 다층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이토록 광범위하게, 대중적으로 해낸 작품을 찾아보긴 힘들 겁니다. 전 〈매트릭스〉라는 영화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즐거운 것은 그 한 작품이 이끌어내는 수많은 피드백입니다. 바로 그게 〈매트릭스〉죠.

♥Tomato : 올해 출판된 책과 개봉한 영화 중 놓치지 말고 꼭 봐야하는것이 있다면 어떤것이 있을까요?
★sabbath : 일단 책 소개에 앞서 한 마디 해야겠군요. 제 독서는 장르 문학적인 요소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소개하는 책들도 대게는 그쪽 계열의 작품일 겁니다. 정 관심이 없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혹여 장르 문학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라면 그냥 무시하진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행복한책읽기 : 인도 신화를 바탕으로 한 젤라즈니 특유의 은유와 낭만, 고색창연함이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로저 젤라즈니는 제가 대학 입학 면접 때 교수님들 앞에서 “이 작가를 가장 좋아합니다.”라고 내세웠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지요. (솔직히 말해서 그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합격했다고 생각해요. 면접 문제에 대한 대답은 엉망이었으니까.) 1995년에 죽었는데, 혹시 타인의 수명을 빌려서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방법을 발명, 발견하신 분이 계시면 연락주세요. 모든 수명을 다 드릴 순 없지만 이 작가의 부활에 필요하다면 제 남은 수명의 일부를 제공할 생각도 있습니다.

 -그렉 이건, 『쿼런틴』, 행복한책읽기 : 앞서 이야기한 책이지요. 양자역학을 토대로 하는 하드 SF 소설입니다. 물론 양자역학이라는 어휘에 겁먹으실 건 없습니다. 물리학이긴 해도 저 같은 골수 인문대학 학생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해하는 정도에서 제시되니까요. 하드 SF 소설의 매력은 그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과학적 상상력에 있는데 그 중에서도 그렉 이건의 소설적 상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하겠습니다. 한 번 더 읽을 참인데 요샌 통 시간이 없군요. 하아.

 -테리 프래쳇 & 닐 게이먼, 『멋진 징조들』, 시공사 : 영국식 유머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놓쳐서는 안 될 해학 팬터지의 걸작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아마겟돈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본성을 상실한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랄까요.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한겨레신문사 :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82년부터 85년까지 실존했던 프로야구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를 사랑했고,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삶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대책 없이 유쾌한 문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속에 담긴, 아마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현대인들은 받아들이기 힘들, 그러나 저 같은 별종은 미치도록 추구하고 싶은 삶의 모습 때문에 전 이 책을 제 인생의 참고서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교과서는 안 되죠. 자기 인생의 교과서는 자신이 돼야 하니까요.)

 -재스퍼 포드, 『제인 에어 납치사건』, 북하우스 :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 대체 역사 SF, 타임 슬립 SF, 팬터지, 추리, 재귀소설적 성격이 모두 녹아든 유쾌한 걸작입니다. 내년에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도 번역 소개된다던데, 벌써 고대하고 있어요. (저도 제 블로그에서 내년에 출간될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서둘러 다뤘던 적이 있지요.)


 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할 이야기는, 아마도 제가 추천하는 영화들을 대부분 여러분들이 보셨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발 그냥 넘기진 말아주세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종합 예술’이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감상할 때는 ‘소설의 영상화’ 이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영화에 담긴 이야기가 어떤 것이냐 외에는 관심을 가지질 않지요. 그래서 극단적인 경우 〈킬 빌 vol.1〉이 아무런 생각도 없는 피 날리는 액션 영화에 불과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고 맙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냥 ‘소설의 영상화’가 아니에요. (굳이 권위를 내세우자면, 이 말은 제가 한 게 아니라 프랑스의 비평가이자 감독인 프랑수아 트뤼포가 했다고 말해도 되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접어두자고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와 더불어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역시 영화를 봄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혹시 그런 입장을 취해보지 않으셨던 분들은 제가 추천하는, 제법 뻔한 영화들의 목록을 보신 뒤에 몇 개 골라서 이번엔 감독이 이야기를 어떤 방법으로 제시하는지를 눈여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 추천 목록의 대부분이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 재미있는 영화들이 될 테고요.

 -봉준호, 〈살인의 추억〉 : 흔히들 다 보고 나서 한다는 이야기가 결국 원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송강호의 코믹한 연기 정도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봉준호 감독이 미친 듯이 보여주는 롱테이크 (컷 없이 계속해서 장면을 이어서 보여주는 것) 화면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롱테이크 과정에서 카메라 안에 들어오는 모든 인물과 사물들을 챙겨내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2003년이 한국 영화계에 있어 축복받을만한 해였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박찬욱, 〈올드보이〉 : 굳이 추천하자면 전작인 〈복수는 나의것〉을 추천하는 게 더 재미있을 텐데. 그래도 〈올드보이〉 역시 호락호락한 작품이 아니니까요. 근본적으로 전혀 대립적이지 않은 인물들을 주위 상황에 의해 극단까지 몰고 가는 박찬욱 감독의 소위 ‘B급 정서’는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유례없는 파격이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그의 연출력이 묻혀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복수는 나의것〉의 느낌이 묻어나는 감금방에서의 3분짜리 롱테이크 컷은 그야말로 예술. 그 외에도 눈을 자극하려고 작정한 붉은 톤의 세트나 전작에서 자제했던 감각적인 편집과 장면 연결도 정말 깔끔하지요. 워낙 박찬욱 감독의 정서를 좋아하는지라 개인적으로는 〈살인의 추억〉보다 더 좋아합니다.

 -장준환, 〈지구를 지켜라!〉 : 향후 수십 년 간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비운의 걸작’을 논할 때 반드시 포함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장준환 감독의 극장용 장편 데뷔작입니다. 온갖 영화들에서 등장했던 요소들을 한꺼번에 지켜보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박찬욱 감독과는 또 다른 장준환 감독의 B급 정서(이쪽은 좀 더 키치적이라고 해야 할까요.)도 유쾌하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 관객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주제’(라고 그들은 믿고 있지만 사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교훈’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도 분명하니까 보고 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잘난 체 하기도 좋으니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왜 다들 이 영화를 봐주지 않는 건지 원. 올해 최고의 영화는 〈올드보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제가 올해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랍니다.

 -마이클 무어, 〈볼링 포 콜럼바인〉 :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상을 쥔 채 미합중국 대통령… 아니, 마이클 무어의 말에 따르면 ‘텍사스 주지사’인 조지 부시에게 “Shame on you!”라고 소리쳤던 바로 그 감독의 그 영화입니다. 미국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토대로 하여 왜 미국 사회가 이토록 폭력에 노출된 사회가 되었는가를 탐구하는 사회과학적 다큐멘터리. 중요한 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 다큐멘터리가 매우 재미있다는 겁니다. 마이클 무어의 폭력적인 편집은 관객들로 하여금 저절로 그의 주장에 동감하게끔 하며 그와 함께 마음껏 미국 사회의 폐부를 찌르도록 만들지요. 올해 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영화기도 하고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비디오나 DVD는 자막이 영 아닙니다. 마이클 무어나 기타 출연자들의 신랄한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질 못했어요. 극장에서 봤을 때의 자막은 괜찮더니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나 원 참. 아, 그리고 올해 나온 책은 아닌지라 아까 추천을 못했는데 감독 마이클 무어가 쓴 『멍청한 백인들』이라는 책도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좀 더 폭넓게 “대체 미국이란 놈의 나라는 왜 이 모양 이 꼴로 돌아가고 있는 거지?”라고 ‘상식적인’ 의문을 던지는 책이지요. 마찬가지로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직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돌아갈 수 있는 모양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킬 빌 vol.1〉 : 타란티노가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데에 제 책장 하나 걸죠. Cine Kid로서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노골적인 영화입니다. 과거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었던 온갖 매력을 따다 붙인, 말하자면 모자이크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부분을 따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아름다운 작품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즉, 어딘가에서 뭘 가져와서 이어붙일 때는 원작의 미덕뿐만 아니라 이어붙이는 사람의 미덕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지요.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 점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온갖 잡다한 영화의 조각들을 끼워 맞춰 깔끔한 - 비록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입김에 의해 두 조각으로 나뉘고 말았지만 - 복수극을 만들어낸 그의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왜 그가 오늘날 중요한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지요.

♥Tomato : 2003년이 이제 1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올해초 세운 목표나 계획은 어떤 것이 있었고 잘 진행되었나요?
★sabbath : …아쉽게도, 전 일 년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아직은, 1년을 긴 시간으로 보고 살아도 괜찮은 나이거든요. 1년이 좀 더 짧게 느껴지면 계획을 세우고 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Tomato :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sabbath : 가치관이나 신념이라니, 굉장히 거창하군요. 그런 미사여구로 치장할 것 까진 없고, 그냥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건 바보짓이며, 삶의 의의를 찾지 못한 채 그저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남들 따라 대학 나와서 취직해서 돈 벌어 산다면 그건 곧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수능 점수랑 상관없이 그냥 오고 싶어서 인문대학에 왔으니까, 아직까지는 그래도 그 생각 지키면서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Tomato : sabbath님의 결혼관이나 연애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sabbath : 죄송합니다. 전 사랑이나 연애 같은 걸 모르겠어요. 그런 걸 알게 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그것에 관한 제 고민 정도는 이야기해 볼 수 있겠군요. 전 과연 다른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모습의 사랑만이 인류가 추구할 수 있는 사랑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고, 해답을 찾지 못해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즉, 보고 싶어 미치겠고,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을 봐야겠고, 전화를 잡으면 한 시간 이야기하는 정도는 쉬운 일이며, 혹시라도 사이가 나빠진다거나 헤어지면 곧 죽을 것처럼 행동하는 것, 그것만이 연애인가 하는 의문이지요. 1년에 대여섯 번 정도만 얼굴을 보고, 그 때마다 그냥 그 동안 서로가 여러 이유로 입었던 상처를 핥아주고, 그것만으로도 편안한 그런 정도의 사이라면 그런 건 사랑이나 연애가 아닌 걸까요? 뭐, 다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넌 진짜 사랑을 안 해봐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로 일축하더군요. 하지만 그 사람들 말은 못 믿겠습니다. 사람의 다양성은 존재하는데 사랑은 한 가지 모습이라니, 그런 거 싫잖아요.

♥Tomato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나 계획이 있다면요?
★sabbath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라. 무슨 책을 읽겠다든지 무슨 영화를 보겠다든지 하는 거 말고 장래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거겠지요? 하지만 그건 좀 더 고민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흔들리고 싶지 않은 인생의 축이 있다면, 그건 장르 문학에 대한 애착과 영화에 대한 사랑이겠지요. 그것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면 뭘 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삶은 좋은 삶일 테니까요. 물론 그 경험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테고요.

♥Tomato :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글루를 방문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요?
★sabbath : 우선, 제 블로그에선 통신체나 과도한 이모티콘은 절대 불가입니다. 절세 미녀가 와서 그래도 어쨌든 그런 건 못 봐줍니다. 혹시 이 횡설수설 인터뷰를 보시고 제 블로그에 관심이 생겨 새로 오고자 하시는 분이시라면 이 점을 명심해주세요.

 또… 그러니까… 에잇, 마지막 질문이 재미없잖습니까! 이건 말이죠, 사실 연말이면 하는 가요대상 같은 거에서 수상소감 한 마디를 요청해서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받아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앞으로 이글루스 피플 인터뷰를 할 때 시정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음, 적어도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저와 소통을 하실 수 있는 분이시라면 오늘날의 사회가 원하는 뻔한 인간이 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먼 훗날까지 제 블로그를 통해서 그런 재미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아, 연말이니 그 인사도 할까요. 올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이라고 해봤자 또 힘든 일은 힘든 일대로 생기는 법입니다. 저만 해도 지금 기말 고사 기간이라서 얼마나 머리 아픈지 몰라요. 학기가 끝나면 또 그건 그 나름대로 바쁜 일이 있고요. 그러니까 그런 겉치레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런 귀찮고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부디 그런 녀석들에게 억눌리지 않고 여전히 중심을 간직하는 사람으로 남으실 수 있기를 기원할게요.

sabbath님은 [SabBatH] 이글루에서 영화와 책에 관하여 예리한 비평과 분석적인 글로 이글루를 만들어가시는 홍지로님이십니다. 홍지로님은 '행복한책읽기 SF 총서’모니터링 요원이며 책, 음악, 영화를 사랑하는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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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ato | 2003/12/01 21:29 | 이글루스 피플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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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少女之夢 at 2003/12/02 15:42
ㅋㅋ 축하드려요~!!! 정말 박식하시겠네요..
책 많이 읽으시는 분.. 넘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少女之夢 at 2003/12/02 15:42
행복한 12월이 되세요~!!!
Commented by 팟찌 at 2003/12/02 16:18
저도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데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는것 같더군요.축하드립니다. ^^
Commented by 이름쟁이™ at 2003/12/02 16:35
굉장하시군요...SF소설 이라함은...읽고도 머리에서 웅웅거리던 기억밖에는...^^; 대단하십니다...자주 들려봐야 겠네요...
Commented by JongWon at 2003/12/02 18:03
축하드립니다. 님에게 사랑이나 연애에 관해서 알게 해줄수
있는 멋진 분이 꼭 나타나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겸이 at 2003/12/02 18:33
우아.. 피플에서 가장 긴 글이 되겠네요.. ^^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sabbath at 2003/12/02 19:25
少女之夢 / 박식할 리가 없습니다. 특히 대학교 들어온 뒤로는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저의 무식함 뿐인지라 휴학을 하고 지적 소양을 쌓아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해보고 있습니다.

팟찌 / 그래서 '과도한' 이모티콘이라고 했습니다. 쓸 필요 없는데도 줄마다 한두 개씩 이모티콘을 넣는 정말 꼴사나운 모습은 참기 힘들더라고요. 성격이 나빠서 그렇습니다.

이름쟁이™ / SF 소설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가하면 흔히 생각하는 우주선, 외계인, 광선총 따위가 등장하는 모험 액션물도 아니지요. 겁 먹지 말고 덤벼보세요!

JongWon / 감사합니다.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하아.

경이 / 원래 무식하면 말이 많은 법입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하잖아요.
Commented by EYE至尊 at 2003/12/02 20:31
이글루스 피플에 오르신거 축하드립니다!!
(좋은 책..나도 읽고싶다..)
Commented by 염맨 at 2003/12/02 20:35
결국 책사랑이 추가되긴 했군. 그런데 두 단어를 나열하면 보통 뒤에 것이 중심이 되는 건데... 아하하하!!
Commented by 염맨 at 2003/12/02 20:37
SF는 우주선, 외계인, 광선총 따위가 등장하는 모험 액션물(즉, 스타워즈로군!)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언제 쓸 건가.
Commented by sabbath at 2003/12/02 21:03
EYE至尊 / 감사합니다. 좋은 책은 자신이 고르는 거죠. 싶어하지만 마시고 어서 서점에 가보세요! (하지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사랑을 가르쳐 줄 사람 역시 내가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그건…)

염맨 / SF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라면, 내가 블로그에서 깨작거려서 끝날 일은 아닐텐데… 그래도 언젠가 전혀 장르적 맥락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써 볼 필요도 있겠군. 언제나 그렇듯이 '언젠가', '먼 훗날에'.
Commented by 지니 at 2003/12/02 23:21
 ▲▷ 
…◁▼…………………………………………………………………………
  대략 몇일 나눠서 읽어야 할듯~ ㅡㅡ+
…………………………………………………………………………………
Commented by erehwon at 2003/12/02 23:44
이너뷰를 읽고 나서, sabbath님에게 흥미가 더 가는군요. 아마도 전 그저 그런 "뻔한"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또 골수 "자연과학도" 였구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마이빌╋━ at 2003/12/03 00:13
음..저토록 수많은 책을..+ㅁ+;;
내가 읽은 만화책보다 많으신듯..-_-;;

SF류의 책중에 근래본게 있긴한데 복잡다난해서 중간에 그만뒀다는 -_-;;

멋쥔리뷰..한..2틀에 걸쳐서 자세히 읽어보고 집에도 방문해서 지식을 좀더 넓혀야겠네욥 ^-^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프리스티 at 2003/12/03 01:25
아앗. 영화 전문, 으로 소개되었다고 하시더니, 책도 추가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

(이모티콘을 줄여야되는데, 글로 감정 표현하는 것이 익숙치 못한지 자꾸 넣어버리게 되는군요. 하핫.)
Commented by 보잉 at 2003/12/03 02:51
할말이 좀 있어~ 뭐 대단찮은 건 아니고~ ㅋㅋ 알잖아, (아직 모르나?) 내가 평소에 말하는 행태가 뭔가 거창하게 말할 것처럼 하고 결국엔 잡설인걸... 이멜로 보내마~ 글 잘 읽었다~ ^-^)=b
Commented by sabbath at 2003/12/03 18:11
지니 / 몇일 → 며칠

erehwon / 예, 반갑습니다. 그렇지만 꿈이 실현되는 것을 느끼시며 두근거리신다는 분이 뻔한 인간일 리가 없습니다. 뻔한 인간이 별 거 아닌 것처럼, 뻔하지 않은 인간도 별 거 아닙니다. 오늘날 여전히 꿈을 이야기할 수 있고 "사람은 이상만으로 살 수 없다" 같은 말을 되뇌이지 않으며 완전히 이룰 수 없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직접 교류하기 전에는 뻔하게 보이겠지요. 그래서 상대가 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블로그를 좋아합니다.)

╋마이빌╋━ / 설마요. 책 별로 안 읽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무식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그 무식함 중에는 책 안 읽어서 무식한 것도 상당히 있습니다.

프리스티 / 처음에 이글루스 측에서 영화 전문으로 알고 접근을 해왔다고 말한 거지요. 열심히 투덜거렸으니 책 이야기가 안 들어갔으면 뒤집어 버렸을지도?

보영 / 응, 아직 몰라. (으음. 여담이지만 여기가 내 블로그였으면 네 코멘트는 'ㅋㅋ'가 들어갔으니까 삭제! 일텐데.)
Commented by LuNa at 2003/12/03 19:53
저는 영화 얘기보다는 책 이야기가 들어가서 더 좋은걸요. ^^;
Commented by 슈리아 at 2003/12/03 21:42
낄낄- 뒤의 몇몇 질문들에 답변하실 때는 꽤나 곤혹스러우셨겠습니다.
Commented by 젊은거장 at 2003/12/04 13:59
안녕하세요. 아니 이런 곳까지 소개가 되다니.. 블로그를 잘 꾸미셨군요. 언제부터 꾸미셨어요? 전 이제 한달이 되어가는데도...
Commented by nine at 2003/12/04 15:01
행책에서 뵙던 익숙한 이름을 커그에서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어여어여하다보니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영화도 책도 리뷰가 아주 멋지네요. 앞으로도 종종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bell at 2003/12/04 15:25
^^ 와~ 축하드려요~! 흠.. 책읽는 속도가 느려서리..한권잡음 한달은 거뜬히 넘긴다는^^ 히히 새해에는 책을 좀더 많이 봐야겠어요ㅕ^^;;;;
Commented by sabbath at 2003/12/05 00:16
LuNa / 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

슈리아 / 아니오, 그다지. 좀 더 재미있는 질문이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쉽게 썼습니다. 연애관이나 결혼관 질문은 제법 흥미로웠어요.

젊은거장 / 꾸미긴요. 최대한 꾸미지 않는 것이 제 블로그 운영 방침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9월 마지막 날부터 운영을 시작했고요. 사실 그 전에 다른 블로그 서비스 업체에서 또 두어달 정도 열심히 운영을 하긴 했지요. (그 업체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곳은 이제 이글루스 블로그에 올릴 링크용 사진 자료실로 쓰고 있답니다.)

제가 소개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습니다. 흐음. 훨씬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째서? 라고 말입니다.

nine / 멋지다니, 황송합니다. 그냥 봐주시면 좋을 뿐이지요. (원래 이렇게 단순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즐겨주세요.

bell /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좀 더 재미있는 책 많이 읽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Commented by Rill at 2003/12/05 21:53
후후, 일단은 슈리아님 말씀에 동의.
앞으로도 잘부탁 드려요 꾸벅-(그러니까 뭘?;)
Commented by 젊은거장 at 2003/12/06 17:56
꾸미다는건 내용을 말한거예요. 정말 내용이 너무 좋아요
Commented by Elliot at 2003/12/06 18:35
아 sabbath님, 인사가 너무 늦었죠? 축하 드려요!
하핫, '현재 생활 불만족스러운 부분'에서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셨네요.
저도 괜히 책 읽고 싶어지네요.
박찬욱 감성은 아니더라고, 그 감성 인정하고 이해하는 멋진 분도 만나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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