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피플] 점잖은 모란이 가진 그윽한 향기를 지니다 랭보님!


Q. 랭보 님 자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한 친구가 내게 ' 어려운 책을 읽거나 어려운 말들을 하고 있어도 막내 동생 같은 ' , 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100% 동감을 했어요. 나이에 맞게 살지 못하고 늘 꿈속을 헤매며 철들지 못하는 사람, 아직도 가슴속에 이루고 싶은 꿈들 서너개가 뒤엉켜 있어 밤잠을 설치곤 하는 사람. '내 시간은 화살촉인데 아이들의 시간은 왜 이렇게 더디가는지'가 늘 약오른 사람, 그게 바로 나예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책의 문구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보는 신문에 이권우의 '요즘 읽는 책'이란 코너가 있어요. 지난 주엔 ' 좋은 글을 쓸때 버려야 할 것들' 이란 제목으로 데릭 젠슨의 '네멋대로 써라' 는 책을 소개해 줬는데 거기에 있던 한 문장이 기억나요. 늘 좋은 글쓰기를 열망하지만 뜻대로 되지않아 속상한 내겐, 그 어떤 명문보다 가슴에 와 박히더군요. ' 지은이가 학생들에게 가장 힘주어 말한 것은 권위를 의심하라였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사람들이 글을 못쓰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 " 예의를 차리는 사람 , 붙임성이 좋은 사람,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 , 등급매기기를 원하는 사람 , 모든 강한 의견, 모든 강한 충동앞에서 얼버무리는 사람, 그 사람은 지랄같이 가치있는 글을 쓸 줄 " 모른다. ' 라는......

Q. 재욱과 재빈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나 선물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내 포스트의 대부분이 아이들이 자랐을 때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이예요. 그래서 영화를 보건, 책을 읽건 , 전시를 보건, 보는 것들 그 자체보다는 내 사적 감정들이나 주변적 상황들을 많이 쓰게 돼요. 그러한 것들을 시기별로 , 카테고리별로 모아서 책으로 묶어뒀다가 아이들에게 줄 꺼예요. 두 아이에겐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유년이, 엄마에게는 인생의 가장 힘든 시절이었다는 역설 아닌 역설 , 인생의 아이러니들, 그러한 시간들을 그 자체로 고스란히 간직했다가 들려주고 싶어요. 그네들이 어른이 됐을 때, 부모와 자식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보며 이해해주는 관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Q. 주말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약속이 있건 없건 주말 오후면 집을 나와요. 첨에는 힘들었지만 몇 년에 걸쳐 아주 조금씩 진행하다보니 남편이 출근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으로 가듯 ,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됐어요. 주로 영화를 몰아쳐서 두 세편 보거나, 전시장을 서너군데 둘러본다거나 인문학 관련 특강을 듣는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도심 한복판 찻집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며 책을 읽다가 오곤 해요.
그러노라면 일상속에서 악다구니치며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자연스레 반추되면서 식구들과도 뭔가 새로운 관계들을 모색해 보는 계기가 돼죠. 그러한 주말 체험들을 산소통 삼아 나머지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어요.

Q. 그동안 보셨던 공연이나 전시회 중에서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올해는 전시보다는 영화를 많이 보고 다녔어요. 그래서 따끈한 최신버젼은 없고, 작년에 봤던 신디 셔먼제니 홀처전을 다시 보고 싶어요. 신디 셔먼이나 제니 홀처는 사진집이나 이론서들을 통해서 많이 접했던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드러내는 여성성들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작품들을 직접 눈 앞에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가 항상 궁금했었죠. 그런데 가서 보니 이미지나 설치 자체가 즉물적으로 와닿긴하는데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어요. 그동안 키워왔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미지들이, 문화와 언어의 이질성 앞에 가로막혀 초등 학생이 감상하는 것 이상의 해독을 못하겠더란 말이지요. 그래서 참 많이 끙끙댔어요. 본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것을 읽어들인다는 행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다보니 작품들과는 별개로 인상에 남는 전시가 돼버렸죠. 남들이 해석해 놓은 틀안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우물안 개구리같은 인식이구나 하는 자책도 들었었어요. 다시 보면, 달라질까요? 그걸 알고 싶어요. 어찌보면 자기를 점검하게 하는 이런 경험들이 더 소중할 지도 모르겠어요.


Q. 랭보 님이 추천하는 블로거 5분과 추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 yaalll 님의 얄의 그림과 글과 사진
언어와 사물에 대한 시선과 감각이 참 좋아요.

2. 엘체이 님의 기다려지는 11월
간혹 초여름의 물 같은 생기를 느끼곤 해요.

3. Fithelestre 님의 Fithelestre in an Egloo
내가 모르는 분야의 포스팅이 많아서 특별해요.

4. 반이정 님의 dogstylist 반이정
젊은 미술 평론가의 방인데, 평론 글들이 맛깔스럽고 때론 유쾌해요.

5. 미나리 님의 augenauf
폼을 재지 않고 쓰는 글인데 이상하게 폼이 나요. 미술사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그는 '위험한 그림의 미술사 ' 저자이기도 하지요. 그 책도 재밌어요.

Q.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글루를 방문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요?
오수당(낮잠의 즐기는 집)은 단원 김홍도의 풍류를 흉내내는 데서 비롯되긴 했지만 사실은 물리적인 낮잠이나 풍류와는 거리가 먼, 개인적으로 슬픈 공간이예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30대의 여성들' 이라고 단 한 줄만 읊어줘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만큼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범벅이 된 나를 , 자위하기 위한 곳이거든요. 전체 인생에서 긴 낮잠을 잘 수 밖에 없는 육아의 시간들. 지금은 낮잠을 자는 것도, 그 낮잠에서 깨어나는 것도 두렵기만 한 , 불안 그 자체의 아지트랍니다. 그걸 염두에 두시고 포스팅 되는 글들을 봐 주시면 좋겠어요.

Favorite Story

Book /존버거-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 페터 한트케- ' 소망없는 불행 ' , 이경률- ' 철학으로 읽어보는 사진예술' , 존 윈치 - ' 책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

Music / 김용우 - '진주난봉가' , 양방언 - '녹나무의 전설' , 강은일 - '오래된 미래'

Movie / 테오 앙겔로풀로스 -'영원과 하루' , 아키 카우리스마키- '성냥공장소녀' ,이윤기 -'여자, 정혜'.

Food /크라운 베이커리의 시나몬 베이글, 할라페뇨 고추지,

Wish List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 은밀하고도 조용한 연애.

Bookmark Site /레이소다, 동숭아트센터, 하우포토

랭보 님은 [랭보의 오수당] 이글루에서 일상과 아이들에 대해 블로깅 하시는 김금수 님이십니다. 김금수 님은 9살, 5살 두 아이가 있는 전업주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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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ato | 2005/11/04 09:35 | 이글루스 피플 | 트랙백 | 덧글(7)
Commented by 화이트칼라 at 2005/11/04 17:37
ㅋㅋ/저도 주말에는 몰아서 영화를 보는데..집중이 너무 안돼요..안좋은 습관입니당~~ㅠㅠ
Commented by 엘체이 at 2005/11/04 20:32
불안 그 자체의 아지트, 접수 완료.
그리고 축하 (-_-*)
Commented by 반이정 at 2005/11/05 00:41
제 블로그에 남기신 글 잘 받어요. 이글루스는 방명록이 따로 없나요?
Commented by 엘체이 at 2005/11/05 09:12
어..나도 영원과 하루, my favorite.
Commented by 랭보 at 2005/11/05 10:30
화이트 칼라님, 그렇죠? 안좋은 습관...^^
엘체이, 그저 웃는다.
반이정님, 그러게요. 평소엔 방명록이 없어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좀 불편하군요. ^^
Commented by 조이한 at 2005/11/05 11:56
음... 여기에 쓸 수 있는 거군요. 안부게시판 한참 찾았습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 블로그에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구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Commented by 랭보 at 2005/11/05 23:57
미나리님의 실명을 대하니 두근두근~ 하네요.
오히려 제가 늘 고맙죠. 즐겨찾을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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