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mato : 어떻게 지내세요? 하시고 계신 일, 관심 있게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알렙 : 요즘 일하는 곳을 옮긴 관계로 좀 바쁘고 정신이 없어요. 다음 주나 늦어도 다음다음 주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 같긴 한데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비교적 한가하고 여유 시간이 많은 일이죠. 그만큼 수입이 적은 것이 단점이긴 한데, 제가 워낙 게으른 관계로 비교적 만족하면서 살고 있죠. 집에서 뒹굴뒹굴 보내는 시간이 되도록 많게 하자는 것이 제 삶의 상당히 큰 계획이자 목표 중의 하나고요.
♥Tomato : 알렙님 이글루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알렙 : 기본적으로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책에 대한 생각들, 또 가끔 하는 아무 쓸데없는 생각들을 주로 모아 놓은 자리죠. 제가 가끔 그런 것들에 대개 글을 써 보기도 하는데 어느 날 이런 것들을 한 번 정리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니까 제 블로그의 주 콘텐츠는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것이 아니라 글이죠. 사실 전 카메라 작업이나 영상물 같은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요. 어떻게 하는 건지도 잘 모르고요. 얼마 전에도 타셴 다이어리를 찍어서 블로그에 올린 일이 있었는데, 제가 봐도 너무 허접스러워서 좀 웃기더라고요. 글씨가 너무 많아서 제 블로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꽤 있죠. (이런 걸 ‘스크롤의 압박’이라고 하던가요? :-)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은 처음부터 그렇게 크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도 주로 개인적으로 저를 아는 사람들이 블로그를 많이 방문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비공개 덧글의 수가 비교적 많은 것도 그 때문이죠. 비공개 덧글은 대부분 본문과는 관계없는 개인적인 사정 이야기나 신변잡기적 커뮤니케이션들이니까요. 그러니까 일종의 편지나 메모 같은 구실을 하는 거죠. 전 사실 저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 외에는 제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고 보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글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영화나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제 음악에 대한 글에는 아무 반응이 없지요. 읽고 가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덧글이 적은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인데요, 사실 별 불만은 없어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은 사실 좀 곰곰 생각해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거든요. 아마 제 블로그에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이 이글루스 피플 기사를 보게 될 사람은 채 50%도 안 될 거에요. :-)
제가 여러 가지 관심사에 대해 글을 꾸준히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내버려둔 글들도 꽤 되죠. 가령 안톤 베베른 전집에 대한 글은 약 60% 정도 완성해 놓기는 했는데, 이걸 언제 제대로 다듬어서 블로그에 올리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의 두 개의 버전에 대한 글도 있는데, 역시 완성해서 올리게 될 수도 있고 영영 버려 둘 수도 있고요. 어떤 글이 어떻게 결국 완성되고 선택되어서 블로그에 올라오게 되는지는 저로서도 말하기 힘드네요.
♥Tomato : 요즘 알렙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알렙 : 제가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일종의 기계치인 것은 사실입니다. 작년에야 비로소 DVD 세트를 갖추게 되었는데, 그래서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주로 DVD로 오페라 보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은 고전 음악을 발매하는 주요 음반사들이 수익 문제 때문에 신규 오페라 녹음을 거의 내지 않고 있어요. 대부분 DVD로 주 매체를 전환한 상태죠. 그래서 오페라를 주 레퍼토리로 삼고 있는 최근 지휘자들의 연주들은 DVD가 아니면 접할 수 없게 되어 버렸죠. 게다가 유럽의 최신 오페라 연출 경향들을 상당히 재미있게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한국의 고전 음악이나 오페라 애호가들은 대게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연출을 선호하는 편이라 최근 유럽의 아방가르드한 오페라 연출 경향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죠. 그런데 저는 페터 콘비츠니나 로버트 카슨, 데이빗 파운트니 같이 최근 유럽 오페라 하우스들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페라 연출가들의 연출이 꽤 흥미진진하거든요. 다른 관심사라면 20세기 회화들인데, 파울 클레와 에셔가 제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화가들이에요. 이 사람들에 대한 글을 언젠가 한 번 써 보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 게을러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Tomato :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알렙 : 존경하는 사람이라...좀 초등학교적인 분위기가 나네요. :-) 우리가 어려서 존경했던 사람들도 나중에 곰곰 뜯어보면 상당히 심란한 경우가 꽤 많죠. 가령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대부분의 중요한 연구들을 첫 번째 아내와 공동으로 수행했지만, 그런 사실을 현재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 부인과 이혼한 뒤로는 대부분의 업적이 자기 자신만의 것인 것처럼 행동했고요. 지크문트 프로이트 같은 자유주의적이고 성 해방론적인 이론가도, 집안에서는 초 보수주의에 엄격한 가부장이었지요. 전 주로 예술가들에게 흥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미켈란젤로나 카라바지오 같은 사람들이 특히 참 흥미진진하죠. 참,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평생 헤아릴 수 없는 그 수많은 예술적 비난과 정치적 탄압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새로운 음악 세계를 추구해 나갔고, 계속해서 대단한 것을 이룩해 낸 사람이죠.
♥Tomato : 고전 음악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알렙 : 쉽지 않은 질문이 이어지네요. 고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상당수는 스놉적인 만족감과 과시욕을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고전 음악 자체보다는 음향과 그것에 딸린 오디오적 취미가 더 중요하기도 하죠. 저 같은 경우는 뭐라고 딱 잘라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워낙 고전 음악이라는 것을 듣고 지낸 지가 하도 오래 돼서 지금은 그냥 물이나 화장실 같은 생활의 일부죠. 고전 음악이 다른 음악들에 비해 더 흥미로운 점이라면, 일단 그 정보의 밀도가 촘촘하게 높은 편이고, 특징적인 음향 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충분한 대답은 되지 않은 것 같지만.
고전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그 행태에 따라서 한 번 분류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워낙 이 사람들은 소수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의 계급적 취향이 ‘고전음악이어야 한다’고 듣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사장님들’ 말이죠) 그 반면에 ‘이것이 진심으로 좋아서’ 듣는 사람들은 얼마일까요?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 진심이 고급 취향에 대한 자부심 쪽에 가까운 사람과, 진짜 진짜로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 다른 표현을 사용해 보자면 좋아하고 싶은 것을 좋아하는 경우와, 좋아진 것을 좋아하는 경우 - 을 나눠 보면 각각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참 궁금하죠. 그럼 저는 어디에 속할까요? :-)
♥Tomato : 5년 안에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요?
★알렙 : 뭐가 이루어질지 잘 모르겠고요.... 제가 ‘이런 것을 꼭 이뤄야지!’ 이런 계획을 세워 놓고 사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계획도 없이 이루어진다면 왠지 좀 미안하기도 할 것 같은데요. 좀 더 많은 공간과 좀 더 많은 시간? (이것은 사실 한국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소망이기는 하죠 :-)
♥Tomato : 알렙님만의 결혼관이나 연애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알렙 : 저만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혼관계는 편안할수록 좋고, 연애 관계는 긴장감이 있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긴장 관계가 편안한 관계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겠지요. 물론 편안함은 권태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결혼 후에도 약간의 긴장 관계를 어느 정도는 유지하고 사는 것이 성공적인 결혼 생활의 비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Tomato : 알렙님이 추천하는 블로거 5분과 추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알렙 : 제가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잘 방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고백해야 할 것 같군요. 저의 블로그에 방문해서 덧글을 남겨 주시는 분들 중에는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 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잘 모르는 사람의 평소 잘 방문하지도 않는 블로그를 소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대신 마지막의 영화나 음반 추천을 복수 이상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
♥Tomato :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글루를 방문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요?
★알렙 : 별로 친절하거나 편안한 블로그가 아닌 것 같은데도, 자주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는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나 의견들을 쓰는 공간이니까 혹시 거슬리거나 불편하게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스크롤의 압박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
알렙님은 [이디오진크라지] 이글루에서 음악에 대해 대해 블로깅 하시는 황순조님 이십니다. 황순조님은 현재 신경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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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렙님의 추천 도서/음반/영화
둠즈데이 북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최근에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 북’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이 시시콜콜 말 많은 아줌마의 SF 소설들은 노골적인 영국병에 시달리는 미국인 수다장이의 작품들이긴 하지만, 그냥 술술 잘 읽히기도 하고 꽤 재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가 속편인데 오히려 먼저 번역되어 나왔군요.
개는 말할 것도 없고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닷컴(웅진.com)
이 소설을 소개해 준 지인에게는 읽을 때마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답례로 저는 그 지인에게 토마스 베른하르트를 소개해 줬지요. :-) 최근에 오랜만에 읽어 봤는데, 그 넘치는 재기와 유머는 전혀 녹슬지 않았군요. 아마도 ‘야구’에 대한 소설 중에서 가장 웃기는 작품일 겁니다.
Bela Bartok - Piano Concertos Nos. 1-3바르톡 (Bela Bartok) 작곡, 피에르 불레즈 (Pierre Boulez) 지휘, / 유니버셜
최근 피에르 불레즈가 80세 기념으로 DG에서 낸 피아노 협주곡집을 추천해 드립니다. 세곡 각각을 다른 피아니스트 및 오케스트라와 연주했는데, 불레즈의 20세기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집대성했다고나 할까요. 기념비적인 음반인데다, 연주 수준도 꽤 높은 편입니다.
Silent Moon 바리톤 브린 터펠에 의한 영국 가곡집
영국 가곡집이라면 일전에 이언 보스트리지가 EMI에서 낸 음반이 훌륭하죠. 제가 소개하는 음반과 상당 부분 레퍼토리가 겹치기도 하고요. 브린 터펠은 보스트리지의 연약하면서도 투명하고, 섬세한 표현력 대신에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만들기에 더 주력하는 편입니다. 몇몇 곡들에서는 이것이 더 성공적이기도 하죠. (가령 ‘Foggy, foggy dew' 같은 넘버에서) 그냥 이지 리스닝으로 듣기에 좋은 음반이라 골라 봤습니다.
복수는 나의것 ( 2disc )박찬욱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꼭 최근 영화일 필요가 없다면, 단연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입니다. ‘올드 보이’가 약간 과대평가된 영화라면, ‘복수는 나의 것’은 과소평가는커녕 지나치게 무시당한 영화죠.
비정성시허우샤오시엔 감독, 양조위 주연
‘비정성시’는 처음 친구들하고 비디오방에서 봤을 때는 뭐 저런 졸린 영화가 다 있나 하는 생각뿐이었는데, 나중에 혼자서 보고 대 감동을 했다죠.
라쇼몽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미후네 도시로 외 출연 / 기타
‘라쇼몽’ 역시 만든 지 50년이 지났지만 그 연극적 긴장감이나 기교의 화려함은 지금 봐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결국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예술 자체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진실은 결국 어디에도 없는 것이고, 구원만이 남는 거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