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피플] 소박하지만 솔직한 고백이 빛나는 순간들, sunho님!



Q. sunho 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언제나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참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다니, 이것만큼이나 민망하고 창피한 일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렇기도 하고, 저런 것도 같다며 쉽게 말해버리고 말 수도 있겠지만, 꼭 이렇다 말하는 것들에, 항상 그럴 거라 대답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름을 듣고, 직업을 묻고, 나이를 알아가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얼굴을 보고, 표정을 읽고,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조금은 긴장해서, 조금은 솔직하지 못하게, 조금은 진실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부딪혀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쳐 지나가듯 가벼운 인연이라면 멋들어진 인사말만으로도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 소심한 일기장을 공유하는 사이라면 그런 조심함은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소리는 아니라고 말하면 혹 그럴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희망 섞인 가능성을 여러분께 열어둘 것임을 알기에, 오예 피플 인터뷰 지금이 바로 기회라며 이렇게 두루뭉술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대답으로 혹시나 하는 방문객을 낚을 준비가 다 되었다고 제 자신을 간단히 소개해 보았습니다.



Q. sunho 님에게 블로그는 어떤 공간인가요?
글 쓰는 법을 배운 적도, 그리고 글을 써본 적도 없기 때문인지, 저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것이 참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그림이나 사진, 혹은 음악과는 다르게, 당장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읽고,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그 사이의 틈을 채우는 것이 제게는 너무도 어렵더라고요. 실제로 대화할 때는 (혹은 메신저만 하더라도) 그저 편하고 즐겁게 이야기하려 하는 편인데,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일기를 적는다는 것은 참으로 긴장되고 위축되는 일이에요. 그만큼 제한적이고 일방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어디서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도 모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말투가 들리게끔, 조금이라도 표정이 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고 지우고 고치는 것에 신중해 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자기만족을 위해 일기를 적기 시작하지만, 그러한 내 일기가 남의 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에, 서로 공감하고 나누고자 계속 써내려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덧글의 미학, 블로그의 미덕이네요.

Q. 드라마 연애시대나 김연아 선수 등 선호하는 대상이 뚜렷하신데요. 요즘 sunho 님의 최대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차라리 내가 정치를 할게, 니가 개념정리를 풀어라 이 자식아 (깝깝해서 목이 메는 선트라슈)

Q. '나무를 사랑해 본 적이 있나요?'라는 주제로 멋진 영상을 만드시기도 하셨는데요. 어떤 대답을 얻으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그 영상은 학교 과제 중 하나였는데요, 무작정 화면 분할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구를 설득해 기본적인 틀을 짜고 이래저래 맞추다 보니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면 실망스러울까요, 하지만 정말 그랬어요. 막상 준비는 다 해 놓았는데 질문은 정해지질 않아서, 시작하기 몇 시간 전에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have you ever 를 생각하고, 친구가 loved a tree 라고 말해, 뜬금없이 그리 정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정문 입구에 조명과 비디오를 설치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대답해 주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좋아하긴 하지만 사랑하진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 뒤뜰의 그 나무보다는 멀리있는 가족이 그립다고 말하는 그녀, 8년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어왔다고 말하는 그와 꽃은 사랑하지만 나무는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 비디오를 옮기는 과정에서 친구랑 앉아 한 시간 가까이 되는 인터뷰 영상을 소리 없이 본 적이 있는데, 서로 이런 대답이었다며 그랬지 그랬지 라고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했네요. 어느새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물쩍 넘어가 버렸는데, 저는 글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간에, 작가가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얻으려 했는가 보다, 그런 것 없이도 관객이 얼마나 자기 마음대로 좋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대답은 여러분 마음속에 있다고 또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 봅니다.

Q. 스스로를 '내숭 9단'이라고 말씀하시는데 sunho 님께서 가장 솔직해지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요?
안선생님, 연애가 하고 싶어요.

Q. sunho 님이 존경하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을 말씀해주세요.
못난 나를 떠나지 않고 항상 곁에 있어주는 친구들, 그리고 연아.

Q. sunho 님이 추천하는 블로거 몇 분과 추천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 gyuhang 님의 GYUHANG.NET
기독교인을 좋아할 수 있을까, 있었다.

2. 아제아제바라아제 님의 박노자 글방
당연하지 않은 사회에 당연한 것을 말하는 선생님.

3. postsecret 님의PostSecret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편물.

Q. 마지막으로 sunho 님의 이글루를 방문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초라하고 심심한 곳에 와주시는 여러분들 고맙고요, 온라인에서의 인연이라는 게 가볍고 작게만 보이면서도, 이렇게 친해지고 마음 주고받는 사이도 많이 만나는 걸 보면, 또 쉽게 생각할 수만은 없더라고요. 작년 이맘때쯤 만우절 농담으로 피플에 당첨되었다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 의외이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네요. 조촐한 곳이지만 말 걸어주시면 좋아하고요, 들러주시고 좋아해 주는 여러분 사, 사 살앙, 좋아합니다.

Favorite Story

Book
이야기 파라독스
마틴 가드너
불안
알랭 드 보통


Music
Rounds
Four Tet
앵콜요청금지
브로콜리 너마저


Movie
원스
존 카니
이터널 선샤인
미셸 공드리
아무도 모른다
코레에다 히로카즈


Food
누군가에게 해주는 요리, 누군가가 해주는 요리, 누군가와 같이 먹는 요리.

Wish List
맥, 브롬톤, 비행기 표.

Bookmark site
Apple, KCRW, TED

sunho 님은 [(not)] 이글루에서 일상에 대해 블로깅 하시는 이선호 님이십니다. 이선호 님은 벤쿠버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계십니다.

sunho 님의 이글루(imadorable.egloos.com) 바로가기    링크하기
by tomato | 2008/06/30 14:12 | 이글루스 피플 | 트랙백 | 덧글(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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